'사순 시기'는 '재의 수요일'부터 '주님 만찬 성목요일'의 주님 만찬 미사 전까지이다. 이 사순 시기는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며 예수님의 파스카 축제를 준비하는 기간이다.
'사순(四旬)은 본디 '사십 일'이라는 뜻으로, [성경]에서 이 숫자는 중대한 일을 앞두고 이를 준비하는 기간을 상징한다. 모세는 십계명을 받기 전 사십 일 동안 재를 지켰고(탈출 34,38 참조), 엘리야는 호렙산에 갈 때 사십 일을 걸었다(1열왕 19,8 참조). 예수님께서도 공생활을 시작하시기 전 사십 일 동안 광야에서 단식하시며 유혹을 받으셨다(마태 4,1-2 참조). 이처럼 '사십'이라는 숫자는 하느님을 만나는 데 필요한 정화의 기간을 뜻한다.
파스카 축제를 기쁘게 맞이하려면 이 사순 시기 동안 철저히 준비하여야 한다. 그래서 이 기간에 희생과 극기의 표징으로 금육과 단식을 실천하며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에 동참한다. 교회는 매주 금요일에는 금육재를 지키고, 재의 수요일과 주님 수난 성금요일에 단식재와 금육재를 함께 지키고 있다. 금육재는 만 14세부터 죽을 때까지, 단식재는 만 18세부터 만 60세의 전날까지 지켜야 한다([한국 천주교 사목 지침서], 제136조 참조). 이러한 희생은 형식적인 것이 아니라 가난한 이웃에 대한 나눔으로 드러나야 하므로 일상생활에서 구체적인 사랑의 나눔으로 완성되어야 한다.
사순 시기 동안 거행하는 전례는 신자들이 파스카 축제를 잘 준비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준다. 이 기간의 미사 때나 말씀 전례에서는 '알렐루야'와 '대영광송'은 바치지 않는다. 그리고 제의의 색깔은 회개와 속죄를 상징하는 보라색이다. 신자들은 '십자가의 길' 기도를 자주 바침으로써 예수님께서 겪으신 고난의 길을 함께 걸으며 그 뜻을 새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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